확대되는 파견노동 실태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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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433회 작성일 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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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파견노동 실태와 대책 - 파견근로…착취, 비인간적 대우 ‘겹설움’ 법률’에는 건물청소원·수위업무 등 26개 업종에 한해 파견을 허용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제조·서비스 분야에서는 이름만 도급(하청·용역) 업체로 내걸고불법파견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최근 정부에서 파견직 확대를 포함한 비정규직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파견직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노동계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에서 분신 자살한 박일수(50)씨 또한 하청업체의 파견직노동자였다. 파견직 노동자들의 근무 실태와 문제점 및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본다. - 9시간씩 한달 꼬박 일해도 90만원 - 4대보험·연월차·생리휴가 “꿈도 꾸지마” - 멋대로 수수료·해고에도 하소연할데 없어 1일 서울 구로구의 한 할인매장 건강식품 코너. 건강식품 회사에서 파견나온판매원 최은숙(37·가명)씨가 오가는 손님을 상대로 한껏 목청을 높이고 있다.그렇게 선 채로 하루 9시간씩 물건을 팔아 최씨가 받는 월급은 평균 90만원 정도.저녁 무렵이면 몸은 파김치가 되고 목은 잠겨 든다고 했다. 경기 부천의 한 대형할인매장에서 유기농 농산물 판매일을 하던이혜진(44·가명)씨는 얼마 전 손님과 사소한 말다툼을 했다. 바로 다음날, 그에게날아온 것은 해고통지. 그날부터 당장 출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해고 이유도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는 손님과의 말다툼 때문에 해고됐다고 생각하고, 끈질기게‘출근투쟁’을 했다. 그러자, 할인매장 쪽은 유기농 농산물 코너를 치워버리고다른 업체를 그 자리에 들여놓았다. 이씨는 “내가 정규직 노동자였으면 손님과사소한 말다툼을 빌미로 해고할 수 있겠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마트·까르푸·월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에서 상품판매나 계산업무를하는 직원의 90%는 파견직 노동자다. 대부분 30대 후반 이상의 여성인 이들은할인점에서 일하지만 할인점 직원은 아니다. 할인매장에 물건을 공급하는납품회사에서 보낸 파견직 직원인 것이다. 그래서 근무는 할인점의 지시를따르지만, 월급은 납품회사에서 받고 있다. 이들은 오전반(아침9시~오후6시)과 오후반(오후 4시~밤11시) 2교대로 선 채로일하는 중노동을 한다. 통상 한달에 두차례 쉬면서 받는 한달 임금은 85만~95만원정도다. 4대 보험을 거의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연·월차와 생리휴가를 쓰는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다. 일을 쉴 때는자신의 돈으로 일당 3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대신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봉이나 열악한 여건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대우다.영등포의 한 할인매장에서 일하는 김미진(37·가명)씨는 “젊은 매장 관리인들이‘아줌마들을 단무지하게(단순 무식하게) 다뤄야 일한다’는 말을 공공연히한다”며 “임신한 여성에게는 일부러 힘든 일을 시켜 그만두도록 만들기도한다”고 말했다. 성희롱 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지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호소한다. 파견업체 쪽에 얘기하면 사용업체 쪽에 책임을 미루고 사용업체 쪽에얘기하면 곧바로 해고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파견 노동자들의 임금은 하청-재하청의 고용 단계를 거칠 때마다 야금야금줄어들어간다. 파견업체가 수수료를 떼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지난해상반기 하청업체와 계약한 표준임률표를 보면, 파견 노동자의 시급은 정규직의70%인 2950원이었다. 하지만 파견 노동자가 받는 시급은 평균 2700원대. 3단계재하청 때의 파견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2500원대로 떨어졌다. 양준석 <울산노동자 신문> 편집인은 “표준임률표에는 한달 임금의 9%를 파견업체이윤으로 보장해 주고 있지만, 업체들은 10~15% 가량을 수수료로 추가 공제하고있다”고 주장했다. 파견직 노동자들은 강 건너 불보듯 하는 정규직 노조의 무관심에도 섭섭함을감추지 않는다.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위원장(해고 노동자)은“현대중공업의 일부 노조원들이 박일수씨 분신 사건을 놓고 회사 쪽과 같은논리를 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추진중인 파견직 확대 방안이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급속히 전환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일자리를 찾기 힘든여성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 전환의 직접 대상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서울의 한 호텔은 지난 2002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호텔방 청소를 맡은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모두 용역으로 전환했다. 그러자, 정규직이었던노동자들이 용역업체의 파견직으로 신분만 바뀐 채 다시 채용됐고, 월급이 그전15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없어진것은 물론이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파견직이 확대되는 추세지만한국의 경우 여전히 불법파견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업종 확대를추진하기 전에 실태조사를 벌여 불법파견 문제를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고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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