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사용은 실질적인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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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제철)와 사이에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사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 순천공장에서 강관, 냉연강판 등의 제조 업무에 종사하였다. 그런데 이 업무는 원자재인 열연강판을 공정라인에 투입하고 작업을 진행하여 코일, 시트 등의 최종제품을 출하시키는 공정의 업무로서, 피고가 중앙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이를 통제한다. 또한 사내협력사업체는 고유한 기술이나 자본이 없이 모집한 인력만을 피고의 생산조직에 투입하는 역할에 그치고, 이윤창출 및 상실위험도 부담하지 않으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작업내용을 결정·지시하고 휴게, 연장, 야간근로 등을 결정하여 노무관리를 하는 등 위 용역도급계약은 근로자파견의 실질을 갖는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냉연철강업을 운영함에 있어 품질 및 생산 등과 관련된 핵심 노하우, 핵심 경쟁력에 해당하는 주요 생산공정·업무 외의 지원공정·업무의 경우에는 사내협력사업체와 사이에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외부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피고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이하 ‘MES’라고 한다. 원고들은 ‘통합생산관리시스템’이라고 부르고, 피고는 ‘생산실행시스템’이라고 부른다.)를 통해 사내협력사업체들에 작업을 발주하고 작업결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고, 사내협력사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적,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가 수행하는 업무와 사내협력사업체들에게 도급을 준 업무는 장소적, 시간적, 기능적으로 명확히 구별되고, 피고의 근로자들(이하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과 구분하기 위하여 ‘피고 직원’이라고 칭한다)과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혼재하여 근무하고 있지 않으며, 각 사내협력사업체들은 근로자배치, 업무수행방법 등의 근태관리 및 휴가, 채용, 징계 등의 인사관리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 따라서 위 용역도급계약은 근로자파견에 해당되지 않는다.
2.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피고의 사내협력사업체에 고용된 후 위 사내협력사업체와 사이에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사실상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를 위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은 피고 순천공장에 출근하여 피고 직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냉연강판 등 제조공정 중 일부에 참여하여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였다. 피고는 그 작업내용 내지 방법에 관하여 상세한 내용의 작업표준 등을 작성하여 사내협력사업체에 교부하였고,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로서는 피고가 정해주는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내용, 작업속도, 작업장소를 위반하거나 임의로 변경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사실상 피고로부터 작업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받았다.
② 피고는 ‘협력사 페널티 규정’을 만들어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피고 직원들의 업무지시에 따르도록 강제하였다. 피고 냉연팀장은 크레인운전 근로자들에게 피고 진행실 근무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진행실 근무자와 언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준수사항을 공문으로 하달하였고, 3회 이상 어길 시에는 피고 순천공장에서 크레인 운전을 금지하도록 하는 등 도급목적을 위한 지시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
③ 사내협력사업체들은 대부분 해당 업무와 무관한 사람이 설립하여 운영한 회사들로서,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은 모두 사내협력사업체의 관리자가 아닌 피고 직원들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다.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은 현장대리인 제도가 시행된 이후 사내협력사업체의 현장대리인을 통하여 피고 직원의 지시를 받았는데, 사내협력사업체 현장대리인은 소장, 반장이라는 직함만 가지고 일반 근로자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단지 피고의 작업의뢰서를 전달하거나 피고가 지시·결정한 사항을 근로자들에게 전달한 것에 불과할 뿐,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근로자들의 작업에 대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④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피고로부터 작업방법에 관하여 명시적인 지시를 받지 않고 종래와 같은 방법으로 작업을 계속 수행하였더라도, 이는 근로자들이 피고의 위와 같은 작업표준 내지 작업지시를 이미 숙지하고 있었던 때문으로 보일 뿐, 피고의 지시나 관여 없이 임의로 해당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⑤ 피고 직원들은 MES를 구축하여 작업물량, 작업위치 등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작업해야 할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주었고, 실시간으로 근로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MES를 통하여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이들의 업무수행상태를 관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MES는 단지 도급업무를 발주하고 완료된 업무를 검수하며, 피고와 사내협력사업체 사이에 작업정보를 공유하고,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반 정보가 기록, 처리되는 자동전산시스템으로, MES를 통해 근로자들에게 지시하거나 업무를 관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만약 사내협력사업체가, 피고가 보유하지 못하였으나 냉연강판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가진 업체이거나, 피고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냉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라서 냉연강판 생산에 참여한 것이라면, 피고는 사내협력사업체가 가진 기술이나 작업방식 등에 관하여 지시나 관여를 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MES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발주, 검수에 초점이 맞춰진 시스템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내협력사업체의 업무는, 피고로부터 발주받은 업무를 독자적인 기술과 작업방식을 가지고 일을 완성하여 결과물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냉연강판 생산공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고가 정한 작업내용과 작업시간, 작업장소의 틀 안에서 피고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을 이용하여 냉연강판을 생산하기 위한 노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 특성과 MES를 통해 이루어지는 피고의 작업 요청의 내용과 빈도, 앞서 살펴본 피고 직원들과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의 업무관계 등으로 보았을 때, MES는 단순히 도급업무를 발주하고 일의 결과에 대한 검수를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PDA 단말기와 같은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가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측면의 기능이 강화된 시스템으로 보아야 한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⑥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의 작업장소(유틸리티, 실험실, 고철장 등)가 피고 직원들의 작업장소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다거나, 피고 직원들의 사무실과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의 사무실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정은, 피고의 지휘·명령권 행사를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⑦ 피고는,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의 근로자들에게 도급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지시를 하거나, 도급업무의 발주 및 검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에게 한 지시의 내용과 빈도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단순히 도급목적 지시, 도급업무의 발주 및 검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사내협력사업체들은 피고 순천공장의 냉연강판 생산공정에 필요한 지원업무·공정의 일부분을 담당하였는데, 차량경량화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공정들은 원자재 입고에서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피고가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5가지 주요 공정의 생산라인의 진행과 연동되어 함께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의 업무시간, 휴게시간, 식사시간, 연장·야간근무도 피고 직원들과 동일하게 정해졌다. 즉, 사내협력사업체가 작업시간, 작업방식, 작업속도, 작업장소 등에 관하여 피고의 생산공정의 흐름과 연동되는 범위를 벗어나 독자적인 방식으로 일의 결과만을 완성하도록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② 비록 피고 직원들은 5가지 냉연강판 주요 생산공정의 업무를 하고,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은 12가지 지원업무·공정 작업을 하여 서로 업무범위가 구분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냉연강판 주요 생산공정과 사내협력사업체의 업무·공정은 냉연강판 원자재인 핫코일이 순천공장에 입고되어 여러 단계를 거쳐 완제품으로 출하되기까지 필요한 여러 공정 또는 공정 중 세분화된 작업이 맞물려 있어서, 각 공정별로 피고 직원들과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각 공정의 해당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③ 피고 직원들과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은 동일한 작업을 같이 수행하거나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업무를 대신 수행하기도 하였고, 일부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은 용역도급계약에서 정한 업무 외의 작업을 하였으며, 중·대수리기간에는 모든 작업을 중지하고 피고 직원들과 함께 청소, 도색작업 등을 수행하였다.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은 피고 직원들의 ID로 전산시스템에 로그인하여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였고, 피고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작성, 전송되는 모든 전자메일에 대하여 피고의 통제를 받았다.
④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작업과정에서 잘못하여 공정에 장애가 생길 경우 피고 직원들이 이를 해결하기도 하였다.
(3) 사내협력사업체들이 원고들의 인사 및 근태상황에 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는지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의 인사, 근태상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사내협력사업체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채용, 작업조 편성, 작업·휴게시간,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① 피고의 사내협력사업체들은 피고와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순천공장에서 업무를 한 이래, 담당공정의 내용이나 작업방식이 크게 변경된 적이 없고, 기존 사내협력사업체가 폐업하고 새로운 사내협력사업체가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인 작업내용의 변경 없이 기존 근로자를 승계하여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등 사내협력사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에게 업무수행과 관련된 업무배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는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를 피고의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여 사내협력사업체와 공동으로 수행하던 업무를 피고가 단독으로 수행하기도 하는 등 피고는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에 어느 정도 관여해 온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는 사내협력사업체들과 피고 비정규직노조 사이에 이루어진 단체협약 및 별도 합의 과정에 당사자로 참여하여 사내협력사업체들로 하여금 기존 업체의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할 수 있도록 이행을 담보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 사내협력사업체들이 독자적인 기술 없이 인력만 보유한 회사라는 측면에서 피고가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담보한 것은 사내협력사업체들의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피고 냉연강판의 생산량 감소로 인한 휴지계획에 따라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도 일정에 따라 모두 휴무에 들어갔고, 피고는 피고 직원과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의 비상근무자 명단을 함께 작성하여 관리하였으며, 피고 직원이 작성한 작업일지에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의 근태상황도 함께 표기하도록 하였다.
⑤ 피고는,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 중 우수한 사람을 선발하여 피고의 임원 명의로 표창장을 수여하였고,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에게 사내협력사업체를 통하여 용역도급계약상 지급의무가 없는 성과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는 피고 직원의 지시를 어기는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에게 벌점을 부과하였고, 벌점은 해당 사내협력사업체와의 용역도급계약 연장시 활용하였다.
⑥ 사내협력사업체들은 근로자들의 업무시간, 휴게시간, 식사시간, 연장·야간 근로시간 등 작업시간을 독자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피고의 일정에 맞추어 정하여 왔다.
(4) 사내협력사업체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내협력사업체들이 해당 도급업무에 관하여 피고와 구분되는 전문성·기술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사내협력사업체의 근로자들이 행한 업무는 특별한 전문성, 기술력을 필요로 한 업무가 아니고, 일부 기술이 필요한 업무의 경우에는 피고가 보유한 기술을 전수받아 대행한 것에 불과하다.
② 사내협력사업체들의 도급목적은 냉연강판 생산에 필요한 세부적으로 구분된 업무 중 일부의 수행으로 특정되어 있는데, 이는 수급인이 독자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완성시켜 그 결과물을 도급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기보다, 단순히 냉연강판 생산작업에 필요한 노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③ 피고는 일의 결과 및 품질에 불량이 발생한 경우, 해당 근로자의 잘못을 지적하고 경위서를 제출받았을 뿐 사내협력사업체에 하자담보 책임을 묻거나 용역도급계약에 따라 제공받은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의 이행을 청구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5) 사내협력사업체들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내협력사업체들이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사내협력사업체들은 사무용품, 개인 수공구 등 자재들을 제외하면, 별다른 물적 시설 및 고정자산을 갖추지 아니한 채 현장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심지어 해당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 대표이사를 맡는 등 특유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
② 사내협력사업체들은 피고의 순천공장에서만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피고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였다. 피고 일부 사내협력사업체 소속 증인들은 다른 곳에서도 작업을 수주받아 시행하고 있다고 증언하였으나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③ 사내협력사업체들은 대부분 그 설립 및 폐업과정에서 피고와의 용역도급계약을 위하여 설립되었다가 용역도급계약 해지 이후에는 곧바로 폐업한 것으로 보이고, 사내협력사업체가 변경될 경우에는 피고의 관여 하에 기존 근로자들의 대부분을 별도의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승계하여 왔다.
광주고법 2016나546·553·560·577,2019.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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